오스트리아 철학자 이졸데 카림은 “인간은 곁에 누가 있느냐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끝없이 자신을 재구축한다. 이제 우리는 매일 다르게 살 수 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살면서 우리는 낯선 나의 모습을 계속 만나게 된다. 이때 새로운 나를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인생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답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가 생각났습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여섯 개의 인격을 소유한 다중인격의 사람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드라마긴 하지만 그 사람은 과연 자신의 존재를 여섯 개의 인격체 중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우리에게도 조금은 다른 상반된 인격이 함께 공존합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상반된 태도를 보일 때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고 실감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라고 하는 나를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기억의 종합채가 아닐까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들이 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기억하는 것들과 나를 기억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기억상실이나 치매등으로 기억을 잃게 되면 나라는 존재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어떤 영화에서 한평생 함께 살아온 부인이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을 잃었을 때 매일매일 남편이 찾아가 부인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처음 보는 남자가 찾아와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이야기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함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온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나라는 것은 기억일 뿐입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나를 규정짓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기억하는 것도 어쩌면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기억을 선택하십시오. 기억의 오류라고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이로운 쪽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을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397236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 탐구
변화를 즐기는 ‘나’가 필요한 시대 다양성 자체가 나의 고유한 특성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한 시도는 끝이 없었지만,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도대체 왜 나를 알 수 없는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가령 40대 남자는 가정에서는 남편이고 직장에서는 팀장이며 동호회에서는 부회장일 수 있다. 이 남자는 여러 개의 정체성 중에서 각각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정체성을 택해 대화하고 행동한다.
다만 그가 남편이기 위해서는 아내가 있어야 하고, 팀장이기 위해서는 팀원이 있어야 하며 부회장이기 위해서는 동 호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또한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을 하는 경우 남편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질 것이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 팀장이라는 정체성은 사장이라는 정체성으로 대체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나라고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공자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15 세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는 뜻을 세우고, 40세에는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 지 않으며 50세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생에 저마다의 분 기점이 있고, 그 분기점마다 새로운 나를 만난다. 인생 곡선에서 상승의 변곡점이 될 수도, 하강의 변 곡점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문득 발견한 낯선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나 아가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답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질문을 늘 인식하며 살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할 뿐,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는 한 익숙한 나 자신에게 굳이 ‘넌 누구니?’라고 묻지 않는다.
하지만 삶이란 근본적으로 내가 통제할 수 없으므로 항상성은 깨지기 마련이다. 바로 이때 그동안 나를 돌아보지 않은 결과가 돌아온다. 이 친구가 상담실에 오게 된 것은 뜬금없이 나타난 증상 때문이었다. 어느 날부터 쇠로 된 물건은 그 어떤 것도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젓가락뿐 아니라 전철 문을 만질 수도 없었다. (……) 쇠로 된 물건을 잡으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살인적 충동성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는 상태인 것 같았다. 온순하고 착실한 모범생 페르소나에 익숙했던 이 친구는, 자신을 제치고 합격한 동급생들을 죽이고 싶을 만큼 질투하는 자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_2-1.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나를 비틀거리게 만든다 대입 실패를 경험했던 20대의 슬픈 그녀는 마치 어제 그 실패를 경험한 것처럼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 년의 그녀에게 뜻밖의 얼굴을 들이민다. 아마도 20대 초반 대입에 실패했을 당시의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속상하고 화나고 슬픈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 이러한 콤플렉스는 매우 끈질기기 때문에 멈춰서 ‘나 왜 이러지?’라고 질문하지 않으면 계속 대물림된다. 실제로 자신의 학력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 한 엄마가 자기와 아이를 멈출 줄 모르는 고속열차처럼 몰아붙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_2-2.
나이가 든 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늘어나는 갈등 전반의 기저에도 ‘나’가 있다. ‘나에 관한 건강한 담론’을 미룬 결과가 전염 병처럼 퍼지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의 특성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체성을 단일하고 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나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평가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차별이다. _5-1.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가 차별을 낳는다 차별을 하는 강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약한 피해자들은 강자로부터 무시, 차별, 배제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기 쉽고 그때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의 한국인,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인, 한국에 이민 온 외국인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서 태어난 자녀 등은 정체성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_5-1.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가 차별을 낳는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60대 초반이라는, 인생으로 치면 칠부 능선에 도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 이 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집필했다. 인생이 흔들린다면 나를 돌아보라.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실 마리는 ‘나’에 있다. “인생의 중간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MBTI는 ‘수호자’ ‘사업가’ ‘변론가’ ‘옹호자’ 등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모든 옹호자 내면에는 수호자가 있을 수도, 변론가가 있을 수도 있다. 다양성 자체가 나의 고유한 특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의 다양성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지리학자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 이 이어지는 여행을 통해서라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또한 심리학자는 주요 생애사 건을 맞닥뜨릴 때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문예학자는 자연에서, 언어학자는 일본인 과의 비교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새로운 나를 받아들일 줄 안다면 인 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얼굴을 내미는 낯선 나의 모습을 수용할 방법이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에 들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다운 나로 거듭나보자.
저 : 이영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아시아 여성학 협동과정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지리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소와 사람, 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을 연구한다. 특히 여행과 국제 이주에 초점을 맞추어 글로벌 이동성과 장소 재구성의 관계를 밝히면서 그 속에 펼쳐지는 인간의 삶과 행복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공저) 외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문화·장소·흔적: 문화지리로 세상 읽기』, 『포스트식민주의의 지리』, 『국가·경계·질서: 21세기 경계의 비판적 이해』, 『쿠바의 경관: 전통유산과 기억, 그리고 장소』 등 다수의 번역서를 공동으로 출간했다.
또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온·오프라인 미디어에 여행의 지리학, 국제 이주와 한국의 다문화 현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 평생교육원, 공공도서관, 백화점 문화센터, 초중고 교사연수와 인문학 특강 등에서 관련 내용을 전파하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
저 : 유성경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및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교수.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교육 및 상담심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미국심리학회 펠로우로 선정됐다.
인간의 마음, 고통 그리고 관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상담심리학을 가르치며 연구한다. 상담심리전문가로 개인 및 부부에게 심리치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상담 및 심리치료의 핵심원리』를 집필하고 『상담의 디딤돌』 『감정 공포 치료』 『성격장애의 정신역동치료』 등을 번역했다.
저 : 송태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교에서 「질베르 뒤랑의 문예비평 연구: 새로운 세계관과 비평의 쇄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상상력의 위대한 모험가들』,『판타지』, 『이미지와 상징』 등이 있다. 현재 동서문화교섭과 생태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 : 송영빈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나고야名古屋대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일본언어문화전공 교수 주전공은 한일대조언어학, 어휘론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2013, 공저, 커뮤니케이션북스) 외 다수의 저서 및 논문 집필
저 :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석·박사) 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프랑스 루앙대학교에서 불어교육학 및 사회언어학 석사, 불어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외국어교육전공 교수로 임용되었고, 1999년부터는 동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부터 다문화사회의 교육적 대안인 상호문화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미권의 다문화교육을 ‘유일한’ 또는 ‘최상’의 교육으로 여기는 학계의 선입견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유럽의 상호문화교육』(한울아카데미) 『상호문화 이해하기』(한울아카데미) 『상호문화사회』(교육과학사) 『이제는 상호문화교육이다』(교육과학사)를 비롯한 다수의 책을 집필 및 번역했다.
2014년에는 동료 교수들과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을 만들고 이 과정의 주임 교수를 맡고 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 교육연수원과 시청에서 교사, 학부모,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등 상호문화적 접근을 사회 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책 속으로
인간의 모든 일은 항상 ‘장소’를 ‘가져야’만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장소는 우리가 놓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구성된 인간 존재의 필수적인 실체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지만 물에서 벗어나 뭍으로 나오면 이내 죽어버리는 것처럼, 인간에게 장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대상이다. (중략) 장소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내가 학생 또는 교사라면 분명 학교와 교실이라는 장소에서 주로 생활할 것이다. 학생과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학교와 교실이라는 장소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인들에게는 사하라 사막이, 보르네오섬의 이반족에게는 열대우림이, 뉴욕시 증권가의 금융인에게는 맨해튼 도시환경이 그들을 그들이게끔 만들어주는 중요한 장소다. ---「1-1. 인간은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중에서 |
지리학자인 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서들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이 간과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한다. 여행지에서 낯선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이곳과 그곳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지리’의 문제를 별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하지만 ‘어디에’ ‘어디로’의 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낯선 장소와 제대로 조우하지 않는다면 과연 자아를, 내 삶의 위치를 제대로 성찰할 수 있을까? 만약 낯선 장소를 경험하면서 그곳을 잘 이해하고, 더 나아가 나의 장소와 그곳의 다름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나 자신으로 향하는 성찰의 무게가 달라지지 않을까? ---「1-2. 일상의 경계 너머 ‘새로운 나’가 기다린다」중에서 |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세세하게 분석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개구리의 내부기관을 알아보려고 예리한 칼날로 철저하게 해부하듯이 말이다. (중략)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인지 진정으로 알기 위해서 우리는 밤을 새워가며 자기 자신을 해부한다. 자신이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내가 그렇게 행동한 적이 이전에 또 있었는지 철저한 자기분석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데 개구리가 사지를 벌리고 해부를 당하면 죽어버리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이렇게 해부를 당하면 파괴 또는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고 만다. ---「2. 인생이 힘들다면 ‘나’부터 공감하라」중에서 |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일차적으로 외적인 사건과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다시 통제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항상성이 깨진 상태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외적인 문제부터 봉합하려고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불안과 우울의 증상을 처치하기 위해 각종 대처법을 절실히 찾는 사람이 그 예다. 겉으로 드러난 심리적 증상만 처리하려고 하면 당장 문제는 겨우 봉합된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 큰 인생의 파도가 닥칠 때 또다시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난파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생의 파도를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며 살아갈 수 있다. ---「2-1.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나를 비틀거리게 만든다」중에서 |
명절만 되면 20~30대는 “언제 결혼하냐?” “언제 취업하냐?” “언제 출산하냐?” 등 사적인 질문 공세를 무차별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발달과업을 통과해야 한다고 강요할 때, 그 사건의 개인적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자기 정체성을 사회에게 또는 타인에게 담보 잡히는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사회적 기준에 맞게 발달과업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 의미를 개인적 가치와 목적에 비추어 해석해내지 못한다면 진정한 자기와 대면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2-2.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중에서 |
소로는 더 나아가 대부분의 사람이 정신적으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다고 봤다. 나 자신의 주인으로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평판의 노예로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정신적 노예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노예로 부리는 감독관이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 묶은 사슬을 풀지 않고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사소한 일들로 흐지부지 헛되이 쓰이고 있다.” ---「3-1. 당신은 자유인인가, 노예인가?」중에서 |
네스에게 자기실현은 자기 존재의 잠재성을 완성시키는 것으로서, 자기실현을 심화하면 자기를 더 넓고 깊은 존재로 만들 수 있다. ‘나’는 타인을 포함하는 동일화를 통해 좁은 자기를 넘어 더 큰 자기실현에 도달하며, 결국 모든 인류가 하나임을 확인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 단계에 이르면 우리는 타인에게서 우리 자신을 보게 된다. 타인의 자기실현이 방해를 받으면 우리 자신의 자기실현도 방해를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뿐 아니라 타인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2. 자연과의 관계가 곧 자기 자신과의 관계」중에서 |
약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내 수업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학생 모두 서로가 갖고 있는 정체성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점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특히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점에서 차이를 발견할수록 학생 모두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한 교실에 모여 있음을 실감한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낯설어진다. ‘이렇게 내가 한국사회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었는가?’ ‘내가 이토록 일본 사회제도에 순응하는 사람이었는가?’ ---「4. 밖에서 바라보아야 ‘나’가 객관적으로 보인다」중에서 |
맛집 소개 방송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의 방송에서는 손님의 방송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한국의 방송에는 손님들의 반응이 반드시 등장한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평가하는 방법을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좋아요’ ‘기대해요’ ‘놀랐어요’ ‘슬퍼요’ 등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으로 기사를 평가한다면, 일본은 ‘배움이 있다’ ‘알기 쉽다’ ‘새로운 관점’ 등 정보의 가치 측면에서 평가한다. 이것은 한국인이 감정을 자주 표현한다는 특성을 넘어 감정적인 영역까지 공동체적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감정 공동체’인 것이다. ---「4-1. 당신이 생각하는 ‘나’와 ‘한국인으로서의 나’는 같을까?」중에서 |
미국 사상가 에드워드 하스켈은 1941년에 이런 사람을 ‘다문화적 인간’이라고 했다. ‘다문화적 인간’이라는 말은 특정 국가와 언어, 종교를 초월해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소수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을 소수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다문화적 인간’이어야 한다. ---「5-1.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는 차별을 낳는다」중에서 |
이렇게 정의된 정체성은 관계성, 복수성, 가변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진다. 관계성은 누군가의 정체성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부모라는 정체성은 자식이 있어야 생기고 남편이라는 정체성은 아내가 있어야 생긴다. 남자라는 정체성도 여자가 있어야 생기는 것이다. 복수성은 정체성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뜻이다. 가령 50대 남자는 가정에서는 남편이고 직장에서는 교수이며 동호회에서는 회장일 수 있다. 이 남자는 여러 개의 정체성 중에서 각각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정체성을 선택해 대화하고 행동한다. 가변성이란 정체성이 정체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학생이라는 정체성은 졸업과 동시에 없어지고 취직하면 직원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긴다. ---「5-1.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는 차별을 낳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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