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젊은데 아깝게 왜 이런 데서 일해?” 스물여섯, 서울에서 번듯한 직장을 잘 다니다 제주로 내려가 숲해설사가 된 저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성공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의미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어떤 게 성공한 인생인가요? 돈이 많아 부자가 되는 게 성공인가요?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1204742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이지영의 숲스러운 사이 탐구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등 이름을 널리 알려야 성공인가요? 그건 누가 정하는 건가요? 왜 우리 인생의 성공의 잣대를 다른 사람에게 맞기는 건가요? 그 세상이 정한 성공이 과연 맞는 건가요?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많이 접하며 의아해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사람들이 부를 축적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유명해져서 얼굴과 이름을 크게 알렸는데도 인생의 괴로움으로 고통받고 끝내는 자살까지에 이르는 많은 사례들을요.
그들이 성공하지 못해 그런 선택을 한 걸까요? 어떤 영화에서 말합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요. 우리 인생이 마지막까지 다다라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야 말로 최종 목적지의 성공의 의미가 아닐까요? 그때까지 우리는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성공은 돈이나 명예 이런 것들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저는 믿습니다.
성공의 의미는 제가 정하는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면 그 인생은 성고 한 인생입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그렇다면 당신도 성공한 인생입니다. 불행하시다고요? 괜찮아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당신도 분명 행복의 문을 여신 것 일 테니까요. 이제 우리 이 책에서 만나는 저자의 말을 통해 숲에서 만나는 행복을 느껴 보실게요.
10여 년 전만 해도 숲해설사는 은퇴 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직업이었지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이 선택할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 눈에 띄었는지 여러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자가 숲 해설을 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숲에서 일해서 좋겠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는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사이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그녀는 제주 환상숲 숲지기의 딸입니다. 2011년, 뇌경색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숲 해설을 시작했고, 잠깐 도와드릴 생각이었으나 그 이후 쭉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제주 환상숲 그녀의 이야기는 TV를 통해 먼저 만나본 독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KBS 〈인간극장〉, JTBC 〈당신의 이야기〉, EBS 〈스토리 그곳〉, EBS1 〈한국기행〉 등 다수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삶을 비춘 바 있습니다. 거기엔 숲에서 뇌경색을 완치한 숲지기 아버지 이야기와 아버지를 도와 숲해설사가 되기를 자처한 딸 이야기가 있고,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방송에 소개된 숲과 가족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지난 십여 년간 그녀가 숲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는 더욱 다채롭고 깊은 울림을 줍니다. 숲지기 딸로, 숲해설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숲의 한 구성원으로 그녀가 만난 인연들은 작은 곤충부터 커다란 나무까지, 어린아이부터 구십 대 어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숲을 드나들기를 십여 년, 같은 공간을 그렇게 오랫동안 해설하면 지겨울 것 같지만, 그녀에게 숲은 하루하루, 또 해마다 새롭습니다. 숲을 이루는 식물과 나무, 동물, 하늘과 바람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날은 없고, 무엇보다 숲을 찾는 방문객들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숲이 주는 놀라움만큼이나 숲을 찾는 이들이 주는 감동과 그로부터 얻는 배움이 크다고 말합니다.
작은 행동이나 한마디 말로도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배움의 정도와 나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해설이 감동적이었다며 자신이 꽂고 있던 머리핀을 빼서 꽂아 준 분, 풀피리를 보내주신 분,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흐리고 컴컴한 숲에 들어가 “이런 날씨 덕분에 어두운 숲의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한 행운이네요. 탐험가가 된 것 같아요.”라고 감탄했던 방문객 덕분에 으슥한 숲을 경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었던 이야기, 아이를 칭찬하듯 “선생님 예뻐요, 숲을 잘 지켜줘서요.”
라고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아이, 보이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일 수 있고 자연의 풍경도 온몸으로 느끼며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던 시각장애인, 숲을 매일 보는 그녀의 해설을 존중하고 인정해 준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 그뿐인가. 그녀가 만난 사이는 사람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적한 숲 속 풀숲에 꼭꼭 숨어 있습니다
‘나 좀 봐 달라’는 듯 새파란 색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소엽맥문동, 공기 중의 습기라도 빨아들여 살아보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공중으로 뻗어 마치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송악 덩굴, 갈등(葛藤)의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칡과 등나무, 천혜향도 한라봉도 저리 가라 할 만큼 짙은 향기를 풍기는 탱자, 새순이 올라올 때 애벌레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억센 가시를 돋워낸 꾸지뽕나무 등. 그녀가 만난 숲의 생명들이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숲이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사람들도 숲에 오면 사회적 지위는 보이지 않고 오직 그 사람 자체만을 보여주게 됩니다. 숲 밖에선 누군가의 상사와 부하, 부모와 자녀, 갑과 을, 내 편과 네 편일 테지만 숲에서 만난 관계는 그런 상하 좌우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편견도 없이 오롯이 그 사람만을 보고, 순수하게 감동받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조곤조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그 숲에서 그 깨끗한 만남에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엔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더 많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숲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사람의 인연이란 것을 글에서 느끼게 됩니다.” 출간 전 사전 연재에 달린 독자의 댓글입니다.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것을 챙겨야 똑똑한 시대입니다.
어떤 관계에서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남들보다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마음은 점점 지치고 관계에 피로감을 느낍니다. 어느 때보다 관계에 대한 피로감이 큰 요즘, 그녀의 이야기는 꼭꼭 닫아 눈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풀게 만듭니다. ‘내 약점을 들키지 않을까’, ‘손해 보지 않을까’ ‘속지 않을까’…… 경계와 긴장의 연속인 일상 속에 『숲스러운 사이』가 맑은 공기처럼 훅 들어옵니다.
저 : 이지영
제주 환상숲곶자왈공원에서 12년째 숲 해설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대학 졸업 후 농촌교육농장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며 전국 곳곳을 다녔다. 뇌경색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잠깐 제주에 내려갔다가, 이후 지금까지 쭉 제주에서 산다. 어린 시절 뒷마당처럼 지내왔던 환상숲이지만 숲을 이해하고 편안한 관계가 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2년부터 매일 수차례 환상숲을 드나들며 약 20만 명의 사람들에게 숲 해설을 했고, 그사이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었으며, 방송을 계기로 평생의 인연을 만났다. 이제는 숲을 훤히 꿰고 있을 것 같지만, 숲은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나 살아 있네’ 하고 일깨워주어 그녀는 ‘아직도 숲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라 말한다. 숲 해설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고, 기업 및 자연환경해설사 양성과정 등에 출강하고 있다. KBS <인간극장>, JTBC <당신의 이야기>, EBS <스토리 그곳>, EBS1 <한국기행>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책 속으로
명함은 너무 쉽고 가볍다. 명함을 주고받아도 연락 한 번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데 이름은 어찌 외울 수 있단 말인가. 휴대전화다, 인터넷이다, 관계의 폭은 무척이나 넓어졌다. 하지만 그중에 진짜배기들은 누구일까? 잠깐 만나도 삶의 태도를 크게 바꿔주는 귀인이 있을 수 있고, 늘 만나지만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 인연이 있을 수도 있다. 꼭 누군가의 연락처에 저장되지 않아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22 |
그렇게 그 꼬마와 나는 손을 잡은 채로 숲을 걸었다. 그다음부터는 질문을 해오지 않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없이 산책하고 조용하게 나의 안내를 들었다. 선생님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자기의 의무인 양 번갈아 가며 손을 잡고는 숲을 걷는 내내 싱글벙글 미소 지어 주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이 아이는 나를 귀찮게 하려던 게 아니라 그저 관심이 받고 싶었던 거였구나. 작고 오동통한 그 아이의 따뜻한 손이 종종 생각날 것 같다. 돌이켜보니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내가 사랑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사랑을 받았구나. --- p.41 |
숲을 찾는 이들은 보통 이런 질문을 한다. “이 나무의 이름은 뭔가요?”, “먹을 수 있나요?” 그런데 그들은 달랐다. “왼쪽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그 꽃도 돌을 뚫고 자랐나요?”, “잠깐만 멈춰서 나무를 쓰다듬어보아도 될까요?”, “고개를 들면 풍경이 어떤가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인가요?”, “나무의 키들이 큰 숲인가 봐요. 새들이 저 높이 앉아 있네요.” 그들에게 나무의 이름이나 흐드러지게 핀 꽃밭 풍경은 전혀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못했다. 바닥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지는 돌길을 처음 걸어본다는 그들은 마치 계단을 처음 내려가보는 아가처럼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딛으며 산책을 했다. 그들처럼 나에게도 도전이 되는 해설이었다. … 중략… 중년의 시각장애인 남편은 앞이 보이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이 귀 기울일 수 있고, 자연의 풍경도 온몸으로 느끼며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어서 자신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략… 나는 그저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삶을 살진 않았을까? 그렇게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 --- p.105 |
“숲 속 친구들이 좋아? 아니면 바닷속 친구들이 좋아?” 그런데 주저하지 않고 아이는 “숲속 친구들!”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곤충이나 심지어 노루를 봐도 시큰둥하던 아이였는데, 도대체 숲속 친구들 누굴 말하는 것인가? “숲속 친구들 누구누구 있는데?” 아이는 엄마가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한 말투로 힘주어 대답한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깔깔 웃어넘겼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하긴 우리도 숲속 동물이다. 잊고 살지만, 우리 또한 커다란 생태계 안의 한 구성원이다. --- p.146 |
옹기종기 모여서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기에 사실 가는 쇠고 사리는 따로 찾을 필요도 없다. 곶자왈 숲에서만큼은 가는 쇠고 사리를 보는 일보다 보지 않는 일이 더욱 어려울 만큼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친구는 속명이 아라크니오데스이다. ‘거미줄 같은’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땅속에서 줄기 뿌리가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한 잎씩 땅 위로 낸 형상이다. 촘촘하게 얽혀있는 그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잎들이 지표면을 가득 덮고 있다. 우리가 보는 모습이 완전한 한 개체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한 잎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표본 채집을 위해 하나를 잡고 조심조심 당겨보았다가 다른 잎들과 끝도 없이 연결되어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 p.160 |
착한 딸내미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결국, 올라가지 못할 거라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회사에는 조금 더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며 마냥 휴직을 연장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놓였다. 간혹 친구들이 놀러 올 때면 바쁜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잠시 휴직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런 날에는 등산복을 벗어던지고 예쁜 옷을 챙겨 입고는 있지도 않은 사업계획서라든가 숲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교육활동계획안 같은 문서작업을 적었다 지웠다 끄적거렸다. 참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평안하고 아름다운 체하며 쓸데없는 자존심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랬던 내가, 무엇이 나를 변하게 했을까? --- p.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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