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루쉰의 광인일기의 식인사회가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도 식인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진짜로 사람이 사람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는 더 무서운 식인사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치열한 경재사회 속에서 더 무섭고 악랄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짓밟고 피로 얼룩진 꼭대기층으로 기어오르려 안간힘을 씁니다. 맨 꼭대기층에는 한 사람의 자리 밖에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기어오르면서 내 위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으며 내 밑에서 올라오는 자들 또한 올라오지 못하게 무서운 방법으로 벼랑 밑으로 떨어 뜨립니다.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도 끝이 없습니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 없이 기어 올라오는 자들을 모두 밑으로 떨어 뜨려야 자신의 자리를 유지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평생 살아갑니다.
이 책에 아Q의아 Q의 정신승리법이 나옵니다.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도 정신승리가 아닌가요? 만약 우리가 아 Q의 정신승리법으로 해탈에 이르게 된다면 나쁠 것이 무언가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 발전이 없을거라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지만 사실 승리와 패배라는 것도 사실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잣대가 아닌가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의미와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생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지리산 산속 깊은 곳에 홀로 살아도 내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정신승리자가 아닌가요? 우리 모두 정신승리자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661769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이욱연의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 탐구
저자는 루쉰의 <아Q정전>에서 얻은 통찰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72쪽)
아 Q의 정신 승리법 :
첫째, 상대를 낮추고 자신을 높이는 방법. “아들놈에게 맞은 셈 치지. 요즘 세상은 정말 개판이라니까.”
둘째, 상대방보다 더 낮추어서 자신을 버러지라고 생각한다.
셋째, 자신이 당한 불행이나 패배를 다른 약자에게 전가시킨다.
루쉰는 당시 중국인들의 모습을 아 Q로 비유한다. (80쪽)
당시 중국이 서구열강에게, 그리고 일본에게 패배를 당하고도 이런 생각, 즉 정신승리법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무기나 대포는 서양보다 못하지만 문명의 수준에서는 서구를 능가한다고 생각하고 서구는 여전히 오랑캐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마치 아 Q가 다른 사람들에게 얻어맞고 다니면서도 정신승리법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한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아Q와 닮은 속성을 지니고 있고, 아 Q처럼 정신승리법을 사용하곤 한다. 우리가 아 Q를 바보 같다고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하게 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아 Q는 동네에서 루저다.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여기저기서 무시당하고, 늘 괴롭힘을 당하는 신세다.
아Q가 정신승리법을 쓰지 않았다면 그가 힘든 현실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렇게 보자면 실패와 좌절, 패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는 아 Q가 있다. (83쪽)
1장 나다움이 만들어갈 미래
01 연애에서 찾는 나다움의 모습 - 루쉰 <애도(傷逝)> (28쪽)
근대에 유행한 연애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근대에 등장한 새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즉, 나는 누구인지, 나다움은 어디서 오는지에 과한 이야기인 셈이다. (30쪽)
이에 덧붙인 저자의 생각이 새롭다. 우리가 청소년기에 처음 연애할 때 자신이 부쩍 성장한 것처럼 느끼듯이, 연애는 나라는 사람을 한 사람의 주체로 각성시키는 효과를 내곤 한다.
02 나다운 생각이 사회의 변화를 부른다 - 루쉰 <광인일기> (45쪽)
루쉰은 나다움의 조건으로 나만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하고, 주체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할 때 나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40쪽)
광인은 어떻게 자신이 속한 사회의 부조리를 감지하게 된 걸까? 주인공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깊이 생각했다. 길을 가는 데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인식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역사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책에 적혀 있는 생각과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했다. 의심하면서, 밤을 새워 생각했다.
소설 속 표현으로 말하자면 ‘모든 일은 연구를 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연구하고 고민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이 속한 세상이 정의롭고 도덕적인 세계라고 말하는 위정자들에 맞서 이 세상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사회임을 광인은 발견한다. (47-48쪽)
02 내가 가려는 길에 무덤이 있다고 해도 - 루쉰 <행인(過客) (88쪽)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이다. 소설 속 등장하는 행인은, 가려고 하는 길에 무덤이 있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도 길을 가려한다. 왜 그런 것일까 “저는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저를 재촉하는 소리, 저를 부르는 소리가 나서 저는 쉴 수가 없습니다.” 실상 노인도 그전에 그런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앞길에 무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가지 않았는데, 행인은 무덤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도 계속 길을 가려한다. 그게 행인과 노인의 차이점이다. 그리고 행인은 노인에게 다시 묻는다. “어르신, 그 무덤을 지나면 어떻게 되지요?” 노인은 무덤 너머를 가보지 않았고,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행인은 그 무덤이 있는 길로 가려한다.
무덤 너머에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았으므로. 가보면 거기가 무덤이 아닐 수도 있고, 무덤 너머에는 더더욱 무덤이 아닐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미래는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05 우리를 살게 하는 힘, 믿음 - 루쉰 <애도(傷逝)> (115쪽)
인생은 달과 같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이렇게 풀어낸다. 인생은 달과 같아서, 달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하나가 되어, 늘 같이 있으면서 달이라는 둥근 전체를 이룬다. (119쪽)
인생에는 밝은 부분도, 어두운 부분도 늘 함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애도>를 풀어내면서는, 삶이 진실만으로 영위되는 것이 아니라 허위와 거짓도 필요하다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118쪽) --- 독자리뷰
“아 Q가 내게 삶이 비극이냐고 물었다.”
「논어」, 「허삼관 매혈기」부터 「아Q정전」, 「무정」까지 중국문화 전문가 이욱연 교수가 들려주는 나를 깨우는 문학, 시대를 이끄는 문학 “절망에 항전하는 삶의 태도, 낡은 시대의 유산을 짊어진 자의 고뇌와 겸허.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는 아 Q가 산다.” 루쉰로 이어진,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인문학적 성찰들 루쉰이 태어난 1881년대 동아시아는 근대의 시작과 함께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앓고 있었다.
중국의 대문호라 불리는 루쉰은 양분되는 이념 사이에서 자존적인 고민으로 고통받는 민중을 대변했던 상징적 인물이었다. 중국 구습 사회에 맞서면서도 더 나은 시대를 향해 전진하려 했던 루쉰의 정신은, 이광수, 이육사와 같은 한국의 문학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불어넣었다. 저자 이욱연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루쉰의 정신이 오늘 현대인에게도 유효하다고 본다.
“낡은 시대의 유산을 짊어진 자의 고뇌와 겸허”, “미래 세대를 위한 헌신”, “절망에 항전하는 삶의 태도”가 그것이다. 단편 소설 「아Q정전」을 통해 중국의 노예근성과 봉건 질서를 고발했던 것과 같이, 루쉰는 낡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꿰뚫으며 새로운 사회로의 성장을 통렬하게 바랐다. 코로나19 이후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 현상과 돌봄, 기후 문제와 더불어 여전히 격변 중인 현대 사회에서, 시대와 긴밀히 호흡하는 루쉰의 말과 글은 여전히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
진정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삶의 비극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꿋꿋이 살아갈 어른들을 위해 이 책의 총 네 개의 장 중 1장에서는 루쉰의 소설 「애도」, 「광인일기」, 이광수의 소설 「무정」 등의 작품을 지팡이 삼아 ‘나다움’에 대해 성찰한다. 2장에서는 루쉰의 소설 「아Q정전」, 「고향」 등의 작품을 살펴보며 패배와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굳은 심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라오서(老舍)의 소설 「낙타샹즈」,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을 살펴보며 한국 사회의 능력주의와 개인주의를 주제로 권력에 저항하는 문학 정신을 돌아보며, 4장에서는 루쉰의 산문 「우리는 지금 어떻게 아버지 노릇을 할 것인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 등의 작품을 경유하여 구세대와 신세대 간 화합을 말한다.
루쉰의 글은 어느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의 청년 및 기성세대에게도 짙은 호소력을 갖는다. 저자는 낡은 문화를 등에 업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루쉰의 정신이 지금 한국 사회에 시의적절한 대답을 준다고 본다. 저자가 언급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은 근대를 너머, 더 먼 과거로부터 이어진 문화적 산물이다.
“부모란 낡은 인습, 낡은 문화를 이어주고 계승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단절하여 자식을 해방된 새로운 세상에서 살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루쉰의 생각처럼, 변화의 필연 앞에서 더 좋은 내일을 도모할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화란 언젠가 기성세대가 될 청년들에게도 구습과 열망 사이에서 깜빡이며 가능성을 내보인다. 그러한 마음을 안고 세상을 꿋꿋이 살아갈 이들, 불안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어른이 될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 : 이욱연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대학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했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와 한국 현실에서 출발해 루쉰를 연구하고 다시 읽으면서 루쉰의 현재적 의미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는 한편, 루쉰 소설과 산문을 꾸준히 번역해 왔다.
최근에는 청년들과 함께 루쉰를 읽으면서 한국 사회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 삶과 우리 현실을 위해 중국 문학과 문화를 우리 시각으로 연구하고 풀어내는 책을 쓰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사범대학교 고급 진수과정을 수료하였고 하버드대학교 페어뱅크 중국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서강대 중국문화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현대문학과 현대문화를 연구하면서 현대 중국인들의 속내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최근 출간한 『시대를 견디는 힘, 루쉰 인문학』에서는 루쉰과 동시대 문학 작품을 넓게 경유하며 근대 중국인들의 트라우마, 과도기를 살아낸 지식인들의 고뇌를 흥미롭게 우리 삶으로 끌어들인다.
오늘날 우리에게 중국은 가깝지만 먼 나라, 자유가 없는 나라, 공산당 국가로 단조롭게 정의되지만 다양한 산문 및 소설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시대적 고뇌는 우리를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이욱연 교수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 근대 중국에서 현재 한국까지 이어지는 시대적, 세대적 과제를 통찰하고, 우리의 삶을 더욱 이롭게 하는 문학적 사유의 한 뿌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지은 책으로 『이욱연의 중국 수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포스트 사회주의 시대의 중국 지성』, 『루쉰 읽는 밤, 나를 읽는 시간』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들풀』, 『광인일기』, 『고독자』,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아큐정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연애가 근대 문학의 단골 주제로 등장하고, 많은 사람이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흥분하고 신열에 들떴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근대의 연애소설은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의무 주체에서 권리 주체로 깨어나게 하는 주체 선언이자 자아의 독립 선언이었던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연애소설은 어른들이 보기에 불길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자신의 권리를 감각적으로 깨닫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할 권리에서 시작하여 내 삶을 내가 결정할 권리, 늘 의무를 생각하는 나에서 권리를 생각하는 나로 생각을 바꾸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게 연애소설입니다. 연애소설에는 사랑 이야기를 넘어 내가 누구인지에 관한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 p.28, 「연애에서 찾는 나다움의 모습」 중에서
근대 인간을 탄생시킨 권리의식, 자유의식이 극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통 시대에는 다른 사람의 나만 있고, 나의 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나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때로는 나의 나만 있기도 합니다. 공동체와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위해서 타인과 관계 속에서 나를 생각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역사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전통 시대 인간관은 극단적인 편향이었다면, 지금 우리의 인간관도 또 다른 극단적 편향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나를 추구하고 나의 권리와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어떻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를 위해서 지켜야 할 의무를 지키고 시민적 공덕을 발휘하는 일이 우리 시대 나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과제입니다. --- p.37, 「연애에서 찾는 나다움의 모습」 중에서
광인은 어떻게 자신이 속한 사회의 부조리를 감지하게 된 걸까요? 주인공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그것이 지닌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길을 가는 데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을 인식하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역사책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책에 적혀 있는 생각과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했습니다. 의심하면서, 밤을 새워 생각했습니다.
소설 속 표현으로 말하자면 ‘모든 일은 연구를 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연구하고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발견한 것입니다. 자신이 속한 세상이 정의롭고 도덕적인 세계라고 말하는 위정자들에 맞서 이 세상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사회임을 광인은 발견합니다. --- p.47-48, 「나다운 생각이 곧 사회를 변화하는 힘이 된다」 중에서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더 넓게는 동아시아 사회에서 다수의 생각과 행동에 반기를 드는 사람을 마치 미친 사람 취급하거나 사회성 부족한 사람 취급하는 문화가 넓게 퍼져 있는 게 공자 탓일까요? 여기에는 분명 유교 문화 영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화합과 조화가 조직과 인간관계의 최고 가치가 되다 보면 전체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생각과 말, 행동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생각과 말,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그 여부보다 화합 유지라는 차원에서 보게 됩니다. 진리 여부보다 화합을 깨뜨리는지 그 여부로 판단하게 됩니다. --- p.58, 「같음이 아닌 다름에 희망이 있다」 중에서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아 Q와 닮은 속성을 지니고 있고, 아 Q처럼 정신승리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우리가 아 Q를 바보 같다고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하게 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 Q는 동네에서 루저입니다.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여기저기서 무시당하고, 늘 괴롭힘을 당하는 신세입니다. 아 Q가 정신승리법을 쓰지 않았다면 그가 힘든 현실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렇게 보자면 실패와 좌절, 패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는 아Q가 있습니다. --- p.83, 「정신승리법 슬기롭게 사용하기」 중에서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지닌 희망의 씨앗이 완전히 고갈되는 때는 없습니다. 『주역(周易)』에서는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주역의 괘 중에 박괘가 있습니다. 맨 위에 양(陽)이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련의 상징입니다. 늦가을 찬바람을 맞으면서 열매도 잎도 다 떨어져 가는 나무 같은 상태입니다. 이런 힘든 상태를 『주역(周易)』 이렇게 풀이합니다.
“큰 열매는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 하늘은 모든 것을 다 죽게 하고, 끝까지 고갈시키는 법은 없습니다. 하늘은 우리에게 아무리 큰 절망과 좌절을 내리더라도 그런 절망과 좌절에 먹히지 않고 끝내 고갈되지 않은, 우리 안에 있는 큰 열매 하나는 꼭 남깁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여러분에게 그 큰 열매는 무엇인가요? --- p.105, 「기억과 희망 만들기」 중에서
하지만 루쉰에게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루쉰의 모습도 있습니다. 낡은 시대의 유산을 짊어진 자의 고뇌와 겸허, 유죄의식과 참회의식, 그리고 그곳에서 기원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숭고한 헌신과 희생의 선택, 삶의 공허와 절망을 대하는 법, 절망의 시대에 절망에 항전하는 삶의 태도와 희망을 만드는 법, 패배와 실패 속에서 자신을 추스르는 삶의 지혜와 관련한 루쉰의 모습도 소중합니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세상, 루쉰이 평생 바라던 일이자 그가 헌신한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꿈꾸는 사람이자 세상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여전히 루쉰의 글을 읽고, 루쉰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나를 비춰보고, 한국 사회를 비춰보는 이유입니다. 오늘날 한국에 루쉰의 글과 말이 한국을 다시 횡단하는 까닭입니다. 지금 우리가 루쉰를 여전히, 그리고 다시 읽는,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 p.219,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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