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납니다. "뭣이 중헌데?"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분주하게 거리를 오고 갑니다. 도로에는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고 회사에 출근한 사람들은 전화기를 붙들고 서류를 보며 매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세상에 둘도 없이 다들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과연 그 모든 일들이 중요한 일일까요? 다들 온통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누군가는 다른사람의 꿈이 내 꿈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미래의 고수익이 보장된 의대를 가기 위해 밤늦도록 쉼 없이 공부하고 부모들은 허리가 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합니다.
그것이 진정 좋은 삶인가요? 다들 바라는 훌륭한 삶인가요? 뭔가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얼마전 뉴스에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정부의 발표에 반대하고 나서는 의사들의 시위를 보았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 가야만 만족할 수 있는 것인지 너무나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부모들은 말로는 내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싶은 것입니다.
내 자식이 슈바이처박사가 되어 오지에 나가 목숨을 걸고 봉사를 한다면? 테레사 수녀가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도와 헌신 한다면? 다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얼마나 나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인지를요. 예전 방송에서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게임을 해서 지는 사람이 벌칙을 받을 때 출연자가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칠 때마다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개그프로의 특성상 재미를 위해 그렇게 꾸몄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가 모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타고 있는데 맨 아래칸에 구멍이 생겨 물이 들어오는 것을 아래칸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물을 퍼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있는데 맨 윗칸에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샴페인을 마시고 시시덕거리고 있는 꼴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5563343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 탐구
사람 속에 있는 건 눈에 보이지 않고, 자기 자신도 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6월 4일 p199
'세상은 더 나아지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 또한 더 나아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존재한다. 그대들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더욱 풍성한 소리와 울림, 분위기, 그림자를 가지는 것이다. p.207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순간 그 물건은 그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훨씬 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널리 알려진 인간의 약점 중 하나다. p 200
"나는 확고하고 완결된 가르침을 대변하지 않아요. 나는 만들어져 가는 사람이며, 변화해 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 책들엔 '누구나 혼자다'라는 이야기 말고도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지요. 예컨대 《싯다르타》는 전체가 사랑 고백입니다. 같은 고백이 나의 다른 책들에도 나오고요." - R.B. 에게 쓴 편지, 1931년 5월 4일 (34p)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단 하나의 문화적인 문제는 바로 학교예요. 이 생각만 하면 흥분하곤 하지요. 학교는 나의 많은 부분을 망가뜨렸거든요. 거기서 배운 거라곤 라틴어와 거짓말밖에는 없어요." (291p)
"삶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결정할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건 내 책임이라고 봐요." (308p)
"그대가 행복을 좇고 있는 한, 그대는 아직 행복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에요. 그대가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고 애석해한다면, 그대는 아직 평화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에요." (319p)
신년 메모지를 앨범에 끼우며
하루하루 무던하게 작은 행복을 길어내기
기쁨의 순간들을 모아
즐거운 기억의 금빛 그물망을 짜기
매시간 순전한 현재의 빛 속에 오롯이 잠기기
그러나 동시에 아름다운 전체에 늘 시선을 주기
- 그리한다면 영원히 젊은이로 남으리. (1900년)
평생의 숙제였던 우울증과 싸우며 꺾이지 않은 예술혼을 날카롭고도 유려한 문체로 담아낸 시와 소설, 편지와 비평, 일기, 메모 속 글들
책의 어딘가에서 그는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전체주의에 분노하고, 젊은이들의 인격을 키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한겨울 알프스의 고요한 정경을 그리며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사한다.
또한 책에서 독자는 지친 동생을 위로하는 헤세의 다정한 말과 만나기도 하며 동시대의 거장인 토마스 만과의 죽음에 관한 담담한 대화도 엿볼 수 있다. 나이 듦과 죽음에 관한 메모와 시는 유년의 천진난만했던 시절을 돌아보는 문장들과 어우러지며 삶에 대한 겸손함을 끌어내고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만끽하도록,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깨어 있도록 이끈다.
한편 자기 안의 좌절과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와중에도 신을 향한 경외심과 인간에 대한 희망과 애정을 놓지 않았던 헤세는 속절없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었다 느낄 때 조용히 우리의 손을 잡아끄는 지혜의 나침판이 되어준다. 헤세는 자기 신념과 선을 위해 대단한 행동을 벌인 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또 다른 문장에서는 결코 시대의 불의에 눈을 감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동시에 아이처럼 창작의 순수한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자기를 살게 하는 힘으로써의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헤세의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로 살면서 글을 쓰는 것 외의 일들이 그에게 많은 고뇌를 안겨주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헤세의 글을 아끼고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창작자들에게 많은 지혜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독일의 헤르만 헤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가 엮은 문장들을 독일어 전문번역가 유영미가 옮긴 유려한 우리말로 음미하는 즐거움
오늘날 이토록 감성적이고 연약하지만 한편으로는 강인하고 냉철하며, 동시에 세상 모든 것에 애정 어린 시선을 주는 대문호의 다양한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일평생 헤세의 작품과 작품 외에 남긴 다양한 편지와 메모, 일기 등을 모아 연구하고, 또 엮어서 펴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의 혁혁한 공이 있었다.
국내에도 그동안 그가 펴낸 헤세의 아포리즘 도서들이 여러 차례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그가 다루던 다양한 주제가 한 권에 망라된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곳곳을 장식한 헤세의 그림과 사진들 또한 미헬스가 직접 고르고 배치해 독서의 맛을 한층 살렸다.
헤세의 때로는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 또 때로는 무뚝뚝하기까지 한 간결한 독일어 문장이 품은, 세상 모든 것을 향한 속 깊은 애정과 숨은 의미, 그리고 단어와 어휘의 흐름 속에 담긴 예술성을 살려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은 독일어 전문번역가 유영미가 맡았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물론, 특히 깊은 명상과 울림의 시간을 제공하는 에세이 분야에서도 눈부신 결과물들을 보여준 번역가 유영미와 헤르만 헤세의 기념할 만한 첫 만남은 실로 기념할 만한 한 권의 빛나는 세계로 완성되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것이 다 좋지는 않다. 그러나 좋은 것은 늘 새롭다! “ 그토록 친숙한, 그러나 이토록 새로운 헤세와 함께 사유하는 일 년 2023년은 헤세 사망 61주기이자 탄생 146주기,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발표한 지 104주년이 되는 해다. 헤세의 대표작인 『싯다르타』가 세상에 소개된 지 101주년을 맞고, 『유리알 유희』는 발행 80주년을 맞이한다. 이토록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치 오늘날의 말처럼 오래됨과 낡음을 도통 읽어낼 수 없는 헤세의 문장들과 사람됨이 이 신간 안에 온전히 담겼다.
이 책에는 헤세의 편지와 일기, 메모, 비평, 서문 외에도 다수의 시 작품들과 그의 대표 소설인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아래서』, 『황야의 이리』, 『게르트루트』, 『로스 할 데』 속 명문장들이 함께 실려 독자들에게 새로움과 친숙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부디 독자들에게 이러한 익숙한 반가움과 신선한 자극이 함께 전해지기를, 그리하여 반짝이는 유리알처럼 순수한 예술혼을 빛내며 살다 간 헤르만 헤세의 때로는 사적이고, 또 때로는 공적인 문장들과 진한 사유를 공유하는 뜻깊은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니케북스의 A Year of Quotes 시리즈 한 권으로 만나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세계의 명문장 니케북스의 A Year of Quotes 시리즈에서는 헤르만 헤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존 C. 맥스웰 등 세계적인 작가와 사상가, 리더의 작품들 속 명문장을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한 권으로 엮어 펴내고 있다. 하루 10분, 한 편씩 1년 365일 동안 매일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한 구성으로, 바쁨 속에서 잠시라도 자신과 하루를 성찰하는 명상의 시간과 매일 자신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 줄 시리즈이다. 매일 읽는 세계적 위인들의 문장을 통해 훌륭한 조언과 영감을 얻으며 한 해 동안 스스로를 격려하고, 1년이 흐른 뒤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
저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하여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다.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문학적 지위도 확고해졌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에는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데미안》과 《동화》, 《자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으며,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편 : 폴커 미헬스 (Volker Michels)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마인츠 대학에서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1970년부터 독문학을 가르쳤으며 주어캄프와 인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특히 주어캄프에서 헤르만 헤세 유고집을 출판하는 일에 헌신하여 20권으로 된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헤세의 고향 칼브에 대형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40년 동안 근무한 주어캄프 출판사를 퇴직한 후, 계속 헤세 작품을 연구, 편집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헤세의 글을 엮은 『헤르만 헤세, 내게 손을 내밀다』, 『화가 헤세』, 『헤르만 헤세의 시와 음악』 등을 국내에 선보였다.
역 : 유영미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도서에서부터 인문, 교양과학, 사회과학, 에세이, 기독교 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더 클럽』, 『삶이라는 동물원』,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분과 전체』,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감정 사용 설명서』,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내 몸에 이로운 식사를 하고 있습니까?』,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여자와 책』, 『평정심, 나를 지켜내는 힘』,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등이 있다. 2001년 『스파게티에서 발견한 수학의 세계』 로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번역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고통 중에도 무언가를 창조하는 건 늘 행복한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게 있는 유일한 행복의 능력인 것 같네요. 나의 삶을 아름답고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은 나의 일, 즉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입니다. ---「요제프 엥글레르트에게 쓴 편지, 1920년 5월 │1월 31일, 42쪽」중에서
인간은 고정되고 완성된, 이미 다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확고하고 명료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변화해 나가는 존재이자 시도이고, 예감이며 미래다. 새로운 형식과 가능성을 향한 자연의 동경이자 작품이다. ---「『전쟁과 평화』│1월 2일, 11쪽」중에서
우리의 영혼이 스스로를 자각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모든 동력은 사랑이다. 따라서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그러나 사랑과 욕망은 같지 않으니, 사랑은 한결 지혜로워진 욕망이다. 사랑은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하려 할 뿐. ---「〈마르틴의 일기〉, 1918년 │1월 20일, 30쪽」중에서
예술이 풍요와 행복, 만족과 조화에서 탄생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근거 없는 가정이다. 인간의 다른 모든 업적이 고통과 힘든 압박에서 탄생하는데 예술이라고 어떻게 예외일 리가 있겠는가? ---「〈문학과 비평에 대한 메모들〉, 1930년 │2월 25일, 74쪽」중에서
세상은 아주 재미있는 곳이에요. 그저 우리가 세상을 너무 심각하게 여길 뿐이죠. ---「독일의 문헌학자 오토 바슬러에게 쓴 편지, 1940년 3월 1일 │2월 5일, 52쪽」중에서
물고기, 새, 원숭이부터 우리 시대의 전쟁을 하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밀치고 나아갔던 동물들은 ‘평범한 동물’ 일 수가 없었다. 평범한 동물들은 보수적으로 그저 살아온 대로 살고자 했다. 평범한 도마뱀은 날아볼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다. 평범한 원숭이는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걸어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최초로 직립 보행을 시도한 원숭이, 맨 처음 두 발로 걷기를 꿈꾸었던 원숭이는 원숭이들 중에서도 공상가이자 괴짜이며 시인이고 개혁가였지, 평범한 원숭이가 아니었다. ---「〈환상〉, 1918년 │5월 11일, 170쪽」중에서
책과 즐겁게 대화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책은 종종 사람만큼 똑똑하고, 종종 그만큼 재미가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책은 성가시게 추근대지도 않는데 말이다. ---「『겨울 저녁의 독서』 서평, 1920년 11월 │6월 28일, 226쪽」중에서
나는 영靈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나는 내 꿈속에서 살아. 다른 사람들도 꿈속에서 살지.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꿈속에서 살지 않아. 그게 바로 다른 점이야. ---「『데미안』, 1919년 │6월 20일, 216쪽」중에서
어릴 적 사람들은 우리의 ‘의지를 꺾으려고’ 무진 애를 썼고, 실제로 우리 안의 온갖 것들을 꺾고 부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의지―우리와 함께 태어난 그 유일한 것만은, 우리를 아웃사이더와 괴짜로 만든 그 불꽃만은 꺾지 못했다. ---「〈한스를 추억하며〉, 1936년 │7월 16일, 251쪽」중에서
신이시여, 나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소서. 내게 절망하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에겐 절망하지 않게 하소서. […] 내 모든 자아가 송두리째 깨지거든 그것이 당신의 손길이었음을 보여주소서. ---「시 〈기도〉 중에서, 1921년│10월 6일, 357쪽」중에서
가까운 친구와 이웃들이 점차 저세상으로 떠나 여기보다 ‘저편에’ 지인들이 더 많아지게 되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저편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직 이편에 굳건히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이 저세상에 갖는 그 두렵고 꺼림칙한 태도가 많이 완화되지요. ---「토마스 만에게 쓴 편지, 1950년 3월 17일 │11월 6일, 396쪽」중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시대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결코 상아탑 안에서만 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마음이 가는 대상은 결코 국가나 사회나 교회가 아니고, 개개인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 유일하고 일률적이지 않은 개체로서의 인간이었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에게 보내는 인사〉, 1951년 │11월 19일, 412쪽」중에서
내 생각에 인간은 크게 고양될 수도, 크게 비열해질 수도 있어요. 반쯤 신 같은 경지까지 높이 오를 수도 있고, 반쯤 악마 같은 지경까지 타락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정말로 훌륭한 일이나 야비한 일을 할 때, 사람은 제각기 자기 수준만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의식 중에 저마다 타고난 기준이나 질서에 대한 동경을 따르는 것으로 보여요. ---「전쟁 기간 중에 쓴 위로 편지, 1940년 2월 7일 │11월 24일, 417쪽」중에서
모든 예술의 시작은 사랑이다. 모든 예술의 가치와 규모는 무엇보다 예술가가 얼마나 사랑을 할 수 있는가를 통해 결정된다. ---「〈굴브란손의 스케치〉 리뷰, 1914년 2월│12월 31일, 463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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